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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8월 16일

어린시절의 트라우마가 있을 때 나와 사랑하는 사람을 보호하는 법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

아동기 역경 경험은 만 18세 이전의 어린 시절에 겪는 학대, 방임, 가정 내 폭력이나 불화 등 신체적·정서적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스트레스 사건들을 말하며, 성인기의 신체 및 정신 건강에도 장기적인 위험을 초래합니다. 아동기의 지속적인 스트레스는 뇌의 생물학적 구조를 '위협 대비 모드'로 고착화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성인이 된 후 갑작스러운 분노나 경계심이 터지는 원인도 이 뇌의 재배선에 있습니다.

ACE(Adverse Childhood Experiences) 지수는 만 18세 이전 겪은 신체적·정서적 상처가 성인이 된 후의 정신 및 신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는 대표적인 트라우마 지표로 쓰이고 있습니다.

ACE 지수를 구성하는 10가지 요소
아동기 역경 경험은 총 10개 항목으로 구성되며, 해당되는 경험마다 1점씩 가산하여 계산합니다.

  • 학대 (Abuse): 신체적 학대, 정서적 학대, 성적 학대

  • 방임 (Neglect): 신체적 방임, 정서적 방임

  • 가정 기능 장애 (Household Dysfunction): 어머니/보호자에 대한 가정폭력 목격, 가구원의 알코올/약물 중독, 가구원의 우울증/정신질환/자살 시도, 부모의 이혼 또는 별거, 가구원의 수감 등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는 성인이 되었을 때 관계에 어떤 영향을 줄까

📍친밀함에 대한 두려움

가까운 관계는 필연적으로 마음을 여는 무방비 상태를 요구합니다.

과거 타인에게 깊은 상처를 입은 적이 있다면, 누군가와 가까워질수록 뇌는 '다시 위험해질 수 있다'는 잠재적 공포를 느낍니다. 어린 시절 보호자가 안전지대가 아니라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경우, 성인이 되어 가까워진 상대를 향해 "언제 나를 해칠지 모른다"는 무의식적 공포를 느끼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상대를 밀어내거나 거리를 두려는 방어적 분노가 터져 나올 수 있습니다.

📍가까운 사람에 대한 갑작스러운 분노/경계

과거의 위협과 현재의 안전한 상황을 뇌가 구분하기 어려워, 사소한 언행을 공격으로 오인하여 갑작스러운 분노가 일어나거나 경계를 표출할 수 있습니다.

📍감정 조절의 어려움

감정이 격해졌을 때 이성적으로 상황을 파악하거나 자제하기 어렵습니다. 트라우마를 겪은 뇌는 뇌의 위협 감지 기관인 편도체가 과활성화되어 있어 사소한 자극도 생존의 위협으로 오인하기 쉽습니다. 이로 인해 평소라면 넘어갈 수 있는 말이나 상황에서도 뇌가 순간적으로 위협을 느껴 급작스러운 투쟁 도피 반응을 일으킵니다.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를 다루며 건강하게 관계 맺기 위한 연습

1. 트라우마에 대해 공부하기

무엇보다 서로가 어린 시절 트라우마가 미치는 여러 영향에 대해 잘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아동기 역경 경험을 한 성인들 중에는 가장 안전하다고 느끼는 대상 앞에서 눌러두었던 부정적 감정이 터져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밖에서는 긴장하며 감정을 통제하다가, 안전한 환경이나 가까운 사람 앞에서는 긴장이 풀리며 무의식중에 참았던 과각성 상태가 분출될 수 있습니다.

아동기 트라우마를 경험한 사람에게서 가까운 이를 향한 갑작스러운 경계심과 분노의 표출은 자주 발생하는 일입니다. 하지만 이때의 분노는 상대방을 미워해서라기보다, 어린 시절의 상처로 인해 '다시 위험해질 수 있다'는 공포가 찾아왔기 때문일 수 있다는 것을 서로 잘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2. 평소 감정 반응과 습관을 인지하기

트라우마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평소 내 몸에 어떤 반응이 일어나고 그게 어떤 감정을 이야기하는지 인지하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분노가 터지기 직전에는 반드시 신체 반응(호흡 가빠짐, 턱 고정, 가슴 답답함, 식은땀 등)이 먼저 나타납니다. 어떤 특정 말투, 무심한 표정, 혹은 혼자 남겨지는 상황에서 스위치가 켜지는지 관심을 갖고 살피면, 자신이 현재 위험에 처한 게 아니라 과거의 기억이 반응하는 것임을 스스로 인지할 수 있습니다.

3. 감정적 안전거리를 확보하기

과각성이 시작되었을 때는 즉각적인 감정적 안전거리를 확보해야 합니다. 그 순간에 논리적으로 설득하려 하거나 오해를 풀려고 시도하면, 또 다른 공격으로 오인해 또다시 충돌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지금 네가 많이 불안하고 화가 난 건 알겠어.하지만 지금은 대화를 이어가지 않는 게 좋겠어. 우리 둘 다 조금 진정되면 다시 이야기하자." 서로에게 시간이 필요함을 먼저 이야기하는 것이 좋습니다.

4.내 안의 아이 돌보기

내가 지금 이 상대에게 화가 나는 것이 아니라, 내 내면의 기억 속 아이가 목소리를 내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면 내가 그 아이에게 손을 뻗어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시시때때로 내 마음에 찾아오는 그 아이의 존재감을 느끼고 함께 살아가는 법을 익힐 수 있습니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너한테 내가 집중해주지 못해서 미안해. 너가 정말로 화가나고 속상했을텐데. 그 자리에 내가 없었다고 느꼈니? 지금 나는 너의 곁에 있어. 너가 얼마나 무서웠는지, 억울했는지, 다른 누구보다 내가 잘 알아봐줄게.
우리는 사랑으로, 친절로 상대를 대하려고 노력할거야. 너가 그 친구에게 부드럽게, 잘 전달하지 못할 수도 있어.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한단다. 화가 나면 어쩔 수 없는 때도 있어. 그럴 때는 사과를 하면 되는 거야. 이런 부분은 내가 좀 과했다고, 상처가 됐으면 미안하다고.
때로는 우리가 큰 용기를 내어 나아간 만큼 보답에 돌아오길 기대하기도 해. 하지만 그 친구는 너가 아무리 부드럽게, 친절하게 이야기를 해도 받아들이지 못할 수도 있단다. 그 친구만의 영역이 있거든. 그건 너의 몫이 아니란다. 우리는 각자 우리가 할 수 있는 만큼 마음을 내고, 그 친구의 공간, 그 친구의 영역을 존중하는 법을 배워가는거야.
사실 그 친구도 속상했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거야. 돌봄받고 싶었던 거야. 너가 그랬던 것 처럼. 우리는 때로는 같이 속상할 수도 있어."

트라우마 경험자를 위한 도움

  • 트라우마 전문 심리치료: EMDR(안구운동 재처리 치료)이나 IFS(내면가족체계치료)처럼 과각성화된 신체 반응을 재조율하는 전문 치료가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 정신의학과 약물 치료: 뇌의 편도체가 과도하게 활성화되어 제어가 안 될 때는 약물(항불안제, 기분조절제 등)을 통해 신경계의 물리적 긴장도를 낮추는 것이 큰 도움이 됩니다.

  • 트라우마 심리교육: 본인의 분노가 상대에 대한 미움이 아니라 '뇌의 오작동'임을 스스로 인식할 수 있도록 트라우마 및 신경계 관련 전문 서적이나 교육을 접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곁의 돌봄자를 위한 도움

  • 2차 트라우마 방지를 위한 개인 상담: 타인의 트라우마 반응에 지속해서 노출되면 나 역시 대리 트라우마나 만성 불안을 겪을 수 있습니다. 나 자신의 마음을 보호하기 위한 개인 심리상담이 필요합니다.

  • 경계선 설정: 상대의 상태가 악화될 때 대화를 중단하고 자리를 피하는 것은 상대를 버리는 것이 아니라 나를 지키는 정당한 방어임을 받아들이고 나를 돌보는 힘이 바로 서는 것이 최우선임을 깊이 이해해야 합니다.

[트라우마 경험자에게도, 곁의 돌봄자에게도 나에게 귀기울이는 시간은 꼭 필요합니다.]

  • 📍각자 나를 듣는 시간을 통해 신경계를 진정한 뒤 안전하게 대화하는 새로운 선순환을 만듭니다.

  • 📍"내가 또 이상하게 굴었어"라는 자책 대신 "내 뇌가 지금 과거의 상처 때문에 위협 신호를 울리는구나" 하고 상태를 객관화할 수 있습니다.

  • 📍내 안의 두려움과 피로감을 있는 그대로 들음으로써 상대에게 그 역할을 강요하지 않습니다.

  • 📍건강한 내면의 공간을 만들도록 도와 각자의 안전지대를 지켜냅니다.


📚 아동기 트라우마에 대해 알고 싶다면 네이딘 버크 해리스의 <불행은 어떻게 질병으로 이어지는가>를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나를 듣기 · 길잡이 김지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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