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8월 12일
"지언 님은 고양이인가요. 강아지인가요?"
"아무래도 고양이에 가깝지 않을까요? 고양이인데 사람 최대치로 좋아하는 고양이인 것 같아요."
10년 전에는 사람을 안 좋아한다고 떠들고 다니던 떠돌이 고양이였는데, 지금은 '인간 좋아!' 외치는 집고양이쯤 된다. 변할 수 있는 게 있는가 하면 변할 수 없는 것도 있다. 내향인인 내가 외향인이 될 수는 없다. 고양이가 강아지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이제는 그걸 받아들이기로 했다.
소규모 사업은 특히 사장의 삶에 묻어나야 하다보니, 사업체도 그 사업을 운용하는 사장의 성향에 따라 외향과 내향으로 구분이 될수밖에 없는 듯 하다. 하지만 사업은 어쩐지 철저히 외향인의 영역일 것 같은 느낌이다. 아무래도 외향적 사장님의 외향적 사업체는 유리한 점도 많아 보인다. 서슴없이까지는 아니더라도 좀더 편안하게 새로운 사람들을 맞이할 수 있다면 도달을 높이기 쉬울 것 같아서 부럽다. 외향적 사업이라고 하면 여러 사람이 들고 나는, 흐름이 있는 가게들이 떠오른다. 쉽게 머릿속에 떠오르는 사업체들은 대부분 외향적 사업들이 아닐까?
외향적 사장님들은 자신이 느끼고 배운 걸 나르는데도 좀더 적극적이라, 사업을 배우려고 할 때도 더 그들의 목소리가 쉽게 들린다. 그들에게 배우려고 하다보면 마음에 걸리는 게 한둘이 아니다.
'난 저건 못하겠는데.' '저것만큼은 안 되겠는데.' '에라이!'
그럼 남은 우리 내향적 사장들은 어쩌나. 옷집 차려놓고 손님이 멀리서 들어오는 걸 보고 가게 앞 카페로 피신 갔다던 김숙 언니야의 일화처럼 내향적 사장들의 사업은 가망이 없는걸까. 내향적 사업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소매틱스 분야에서 함께 일하는 샘들과 자신이 교육자인지, 창작자인지, 임상가인지, 또 누굴 어떻게 돕는 사람들인지 정체성을 찾는 워크샵을 했다. 하나 확실한 건 우린 이미 프리랜서로서든 센터 운영자로서든 어쩌다 사장이라는 사실이다. 홈페이지에 얼굴 사진, 소개도 걸기 부끄러워하고 수업 끝나면 명함 한 장 내미는 것도 어려운 우리들도 빛나는 사업을 꾸릴 수 있을까?
사업 하면 외향적인 이미지가 떠오르니, 다들 사업이라는 말만 들어도 자동반사로 “이번 생에 내는 틀렸다!” 가 나오는 건 어쩔 수 없는 우리의 반응. 하지만 우리는 틀리지 않았다. 진짜 틀린 건 우리 머릿속에 천편일률적으로 들어가 있는 시끄럽고 화려하게 빛나는 사업이라는 고정된 이미지인지도 모른다. 은은하게 빛나는 새로운 사업의 가능성을 열어두자.
고양이가 강아지가 될 수는 없으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해보고 있다. 지금 우리가 있는 곳에서부터 미세한 니즈를 발견해서 날카롭게 명확한 타깃에게 전달되도록 다듬는 것. 그들에게 꼭 필요한 도움을 주는 것. 레퍼럴이나 검색으로 새롭게 찾아오도록 최소한의 채비를 하는 것..어제는 각자의 정체성을 녹여 홈페이지도 꾸려봤다.


우리가 꿈꾸는 건 단단하고 옹골찬 내향적 사업. 이를테면 내향적 가게가 아닐까?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원하는 것을 잘 알고, 섬세하게, 서두르지 않고 꾸준하게 하기로 마음 먹어본다. 내향적 사람이 그렇듯, 그런 가게만의 매력과 또 장점이 있으니까. 난 사실 그런 사람들한테 미친다. 너무 좋다.
오늘 길잡이 쪽지에도 쓴 내용.
”무서버도 같이 무서버하입시더. 그라모 힘이 나지 않겠십니까.“
무심코 틀었다가 시즌 1부터 정주행하고 있는 <파친코>의 한 장면이다. 같이 무서워하고 절망하고 또 기뻐하고 그걸로 충분하지 않겠십니까. 다음에는 아프리카댄스추러 가기로 약속하고 돌아왔다… (꼭 영상을 찍어서 돌아오겠어요!)
나를 듣기 · 길잡이 김지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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