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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8월 27일

거절을 잘 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1. 상대가 아니라 상황을 거절하기

중요한 사람의 청을 거절할 때

중요하고 소중하게 느끼는 관계에서 요청을 거절하려 할 때는 조금 난감하죠. 소중한 분과의 협업에서 수익 배분 문제로 고민했던 적이 있습니다. 일을 하면서 점점 수익 배분이 향후의 협업에 중요한 '구조'로 작용하게 된다는 것을 느끼게 됐고, 여기서 제가 떠안은 것이 많아지니 협업이 어려워지고 점점 무겁게 느껴지더라고요. 만약 이런 방식으로 일한다면 단기적으로 한두번 할 수는 있어도 꾸준히 협업할 수는 없겠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용기내어 말해보기로 했어요.

"선생님, 선생님과의 파트너십이 제게 소중해서 오래 이어가고 싶어요. 하지만 지금의 구조로는 현실적으로 지속하기 버거운 상황이라는 걸 제가 너무 늦게 알았어요. 협업을 계속 이어가려면 저는 이 정도의 수익 배분이 필요해요."

상대를 거절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와의 관계와 일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인정하면서 나의 상황과 입장을 공유하면 상황을 부드럽게 거절할 수도 있어요. 이 경험을 통해서 내 입장을 전달하는 것, 상황과 고민을 공유하는 것이 일단 관계를 얼마나 튼튼하게 하는지를 알게 됐어요. 내 입장을 이야기해보지도 않고 포기하는 것은 상대에게 기회도 주지 않고 자신만을 과신하는 것이기도 하더라고요.

사람을 거절하는 것이 아니라, 이 상황을 거절하는 것임을 분명하게 분리해서 표현하기를 연습해보세요. 아주 사소한 거절부터요.

"너랑은 내일까지 얘기해도 할 말이 남아있을텐데, 오늘은 집에 돌아가서 마쳐야하는 일이 있어. 다음에 또 이야기할까?"

원하지 않는 선물을 받았을 때

타인이 베푼 호의가, 전달받은 사람에겐 호의가 아닐 때도 있습니다. 상의 없이, 물어보지 않고 주어진 선물이라 참 받기도 께름칙하고, 받지 않기도 마음이 불편한 적, 있었나요? 그때 나의 입장을 전달하지 않으면 상대는 나의 좌표를 알 수 없죠.

"00엄마, 이번에 00이 집에 데려가서 맛있는 것도 주시고 재밌게 놀게 해주셔서 고마웠어요. 00이랑 00이가 서로 좋은 친구가 되어서 정말 기뻐요.
00엄마께 부탁드리고 싶은 게 하나 있어요. 다음부터는 방과 후에 00이 일정에 대해서 저와 먼저 상의해주셨으면 해요. 00이가 모르고 있는 일이 있을 때도 있고, 저희 남편도 일하다보니 픽업 등 일정을 미리 파악해둬야 해서요. 부탁드려요~"

성숙한 성인은 상대의 상황과 입장을 공유받으면 거절을 나에 대한 거절로 받아들이지 않고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내가 상황을 거절하기 위해 친절하게 표현했다면 상대가 본래의 내 마음을 알아주지 못하더라도 그게 내 몫이 아님을 분명히 이해할 필요가 있어요.

2. '굴복'과 '진짜 사랑'을 명확히 구분하기

소중한 사람과의 관계에서 거절을 못해서 한 사람이 일방적으로 많은 역할을 떠맡는 일이 종종 생겨나곤 합니다. 두려움에 눌려 상대의 기분을 맞춰주는 것은 사랑이 아닌 생존을 위한 투쟁이자 굴복일 수도 있습니다. 주도적이고 자발적인 선택이 아니었기 때문에 많은 일을 떠맡은 쪽에는(과대기능자) 원망과 체념이 가슴에 남습니다.

자연스럽게 상대(과소기능자)도 그런 행동에서 사랑과 신뢰를 전달받기 보다는, 원망과 두려움, 죄책감을 함께 느낄 수 있습니다. 한 사람이 해결하고 떠맡는 역할을 하면, 그런 역학 안에서 자기신뢰를 경험할 수 없었던 상대는 무력감과 죄책감을 느끼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상황을 해결해주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면, 진짜 사랑이 뭘까요? 어려움이 올 때마다 상대의 짐까지 짊어지며 희생하고 해결하는 대신, 상대가 힘든 시간을 겪게 되더라도 그 시간을 스스로 살아낼 수 있음을 믿어주고 곁에서 기다려주는 것이 더 큰 사랑일 수 있습니다.

부모가 아이가 크면서 점점 두려움을 느끼게 될 때는, 아이가 내가 하는 행동을 그대로 따라하며 부모의 뒷모습을 보고 자라는 걸 실감하게 되는 순간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그 사람이 나에게 직접 "이렇게 해"라고 말한 것보다, 그 자신이 어떻게 삶을 바라보고 받아들이는지, 어떤 태도로 살아가는지를 보고 배웁니다. 내가 스스로 마음을 존중하기를 연습하기 시작하면, 상대도 자기 자신의 마음에 책임을 지고 시선을 자신에게로 돌릴 수 있습니다.

거절은 소중한 사람을 내치거나 저버리는 일이 아니라, 서로의 힘을 믿는 더 나은 관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입니다.

3. 내 마음에 내가 책임을 진다

철저히 나에게 집중한다

타인과의 의견 마찰이 있을 때 그 사람의 마음에 대한 분석, 판단, 문제 해결에 온정신을 집중하기 쉽습니다. "이래서 이렇게 행동하는 건가? 이렇게 하면 좋을텐데. 이런 기분이었던건가?" 타인의 감정을 해석하고 행동을 통제하려는 습관이 포착될 때마다 멈추고 나에게 집중합니다.

내 마음이 어떤지를 듣습니다. 나에게 두려움과 원망이 느껴지는 것을 알고, 그 마음은 어디에서 왔는지,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내가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스스로 알고 무엇을 이해하고 또 이해하지 못하는지를 압니다.

상대가 느낄 감정에 대한 걱정, 두려움도 있지만, 나에게는 나의 입장도 있습니다. 거절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 그 안의 감정과 여러 내가 처한 상황들도 있죠. 또 전혀 다른 감정들도 공존하고 있습니다. 냉장고에넣어둔 복숭아에 대한 기대감도 있고, 지금의 삶에서 충족된 동기도 있고, 다른 상황에서 기인한 생각도 있습니다. 그런 마음들도 들을 수 있다면 지금 갈등을 빚고 있는 타인에 대한 걱정어린 마음 외에도 내 안에는 공간이 아주 넓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타인 고유의 마음 공간을 존중한다

내 마음을 내가 책임질 수 있으면 타인의 감정 영역도 존중할 수 있습니다.

저 화는 저 사람의 아픔과 맥락에서 나온 것이며, 내가 해결할 수는 없구나."

내 마음을 들여다보면 나에게 독특한 동기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진실성은 겉으로나 내면으로나 일관되어 말과 행동이 일치되는 삶을 살고자 하는 동기입니다. 누군가에게는 그리 중요하지 않을지라도 어떤 사람에게는 늘 목마른, 아주 중요한 동기일 수 있습니다. 그렇게 서로 다른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이 만났을 때 우리는 서로의 행동을 종종 이해하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대체 그게 왜 그렇게 중요한건데. 꼭 그렇게까지 해야 돼?"

그 사람이 나와 오래 안 사이라고 하더라도 아직도 이렇게나 알아갈 게 많구나 놀랄 때가 있죠. 한 인간 안에는 새롭게 알아갈 세계가 무궁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타인은 자신이 원하는 게 있고 그렇게 할 수 있으면 그렇게 행동하는 존재입니다. 내가 그래왔듯이요. 내가 그 사람의 감정과 행동을 내 입맛에 맞게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은 완전한 착각입니다.

서로의 힘을 믿는다

정서적으로 융합된 관계에서 거절은 이기적인 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내가 먼저 우비를 입는 건 상대를 위한 일이기도 합니다. 둘 다 폭풍우 속에 쫄딱 젖어 있는 채로는 서로를 도와줄 수 없어요. 그 사람의 마음을 존중하고 따뜻하게 바라보면서 나부터 우비를 입어보세요.

우리에게는 이 시간을 살아낼 힘이 있다.

내가 먼저 두 발을 땅위에 딛고 있으면 그가 이 시기를 잘 살아낼 수 있도록 등을 맞대고 함께 숨쉴 수 있습니다.

4. 습관적으로 반응하려고 할 때 물리적 거리 두기

심리적으로 위협을 느끼면 신경계가 자동으로 반응합니다. 사람마다 신경계가 학습한 전략은 다른데 거절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에게는 중재하거나, 희생하는 방식이 익숙할 수 있습니다. 이때는 이성으로 버티려 하지 않고, 물리적으로 먼저 거리를 두는 것이 좋습니다.

"당신을 아끼지만, 지금은 좀 시간이 필요해. 좀 걷다 올게." 공간을 이동해 내 몸에 "지금은 안전하다"는 신호를 먼저 줍니다. 자연 속을 거닐거나, 가까운 편의점에 다녀오세요.

  • 굴복하는 방식: "그래, 그렇게 하자."

  • 공격하는 방식: "당신 또 나한테 다 맡기는 거지?"

  • 제 3의 방식: "당신이 지금 얼마나 괴로운지를 보고 있자니 나도 너무 마음이 아프지만, 우리가 약속한 걸 어기면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게 여전히 소통되지 못하는 것 처럼 느껴져. 서로 마음이 가라앉을 때까지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 이야기할 준비가 되면 나한테 말해줘."

5. 몸을 편안하게, 안전 확보하기

생존을 위해 움직임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생각이나 언어보다 더 우선순위가 높습니다. 불안하고 두려운 상태에서는 인지적 기능을 활용하는 쓰기나 말하기 같은 작업보다, 움직임이 신경계를 안정화하는데 훨씬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감각하며 움직이기를 훈련하는 소마틱스를 활용해보세요. 일반적으로 운동이라고 하면 신경계가 과각성될 것 같지만, 소마틱 접근법의 움직임은 너무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적절한 이완으로 이끕니다.

뇌와 신경계는 이 웃음이 기뻐서 웃는 것인지, 기쁘고 싶어서 웃는 것인지를 구분하지 못합니다. 몸의 감각이 변화하면 정서적으로도 훨씬 안정되고 편안해집니다. 과활성화된 편도체가 진정되어 그제서야 전전두엽이 기능하며 고차원적 인지기능이 활성화되고, 내가 처한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지금 안전하구나."

몸에서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 '생각 고쳐쓰기' '분석하기' 같은 인지적 작업보다 우선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때로는 필요합니다. 안전하다는 감각은 외부의 평화가 아닌 '내 신체와 존재에 대한 내부적 신뢰'에서 나옵니다. 바디스캔 명상과 핸즈온, 터치를 활용한 감각 작업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죠. 우리 몸에서 안전감을 회복하는 연습을 통해 지금 이 순간이 사실은 지금 뇌가 느끼는 것만큼 위험하지 않으며 충분히 안전하다는 것을 학습시킬 수 있습니다.

  • 과거 패턴

    • 신체: 심장이 터질 듯 뛰고 위가 비틀린다.

    • 생각: "내가 뭘 잘못했지? 날 버리면 어쩌지?"

    • 행동: 곧바로 눈치를 보며 원하지 않는 부탁을 들어주거나, "지난 번에 말했는데 왜 또 이런 부탁을 하는거야!"라며 같이 화를 낸다.

  • 새로운 전략

    • 신체: 심장이 뛰는 것을 감지하고 두려움이 찾아옴을 안다. 숨을 들이쉬고 내쉰다.
      "상대가 힘들어하고 있지만, 내 몸은 지금 물리적으로 안전하다"

    • 생각: 상대의 언어를 나에 대한 평가가 아닌 '상대의 아픔이 밖으로 터져 나오는 소리'로 객관화한다.
      "저 감정은 내 것이 아니라 상대의 아픔에서 나온 것이구나. 고통 속에 있다는 뜻이구나."

    • 행동:
      1) 습관적인 말과 행동을 하기 전에 물리적으로 거리를 둔다.

    • 2) 움직임명상, 호흡과 터치를 통해 몸을 편안하게 하고 안전하다는 감각을 회복한다.

상대의 감정을 내 문제로 흡수하는 것은 폭우가 쏟아질 때 온몸으로 비를 다 맞아 체온이 떨어지는 것과 같아요. 최선의 방책은 비가 내리는 옆에서 우비를 챙겨입고 서 있는 것입니다. 비(상대의 감정)가 내리는 것을 억지로 막을 수는 없지만, 우비(나의 공간)를 입으면 내 몸이 덜 젖고 체온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비에 젖어 떨고 있는 상대에게 건네줄 따뜻한 수건을 준비할 수 있어요. 만약 지금 내 몸이 모두 비로 젖었다면, 그때는 먼저 비를 피하고 몸을 닦고 따뜻한 불 앞에서 몸을 말려야 합니다.

비가 올 때 관계를 지키는 세 가지 믿음

  • "상대가 나를 미워하거나 서운해하더라도, 나는 내 마음을 스스로 다스릴 수 있고 버려지지 않는다"

  • "타인의 만족이나 인정이 내 가치를 결정하는 유일한 기준이 아니다"

  • "상대의 나쁜 기분이 당장 나에게 물리적 위해를 가하는 생존의 위협이 아니다"


오늘의 아티클에서 기억할 것

1️⃣ 내 몸 안의 안전 감각을 회복하기

외부의 상황이 평화로워지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감정 폭풍 속에서도 내 몸으로 돌아와 스스로를 지켜낼 수 있어요. 움직임과 호흡을 통해 "지금 내 몸은 안전하다"는 느낌을 회복합니다.

2️⃣ 내 감정에 책임을 지기

내 마음을 듣습니다. 나에게 어떤 감정과 동기가 작용하고 있는지 알고, 내 내면의 주관적 현실을 이해합니다. 나의 절망이 내 마음이듯, 상대의 화나 불안도 상대의 것입니다. 그 마음을 떠안아 해결하길 멈추고 있는 그대로 존중합니다.

3️⃣ 단호하고도 다정한 경계를 세우기

방법은 다정하되 행동은 단호하게 하는 연습을 합니다. 우리는 막상 감정은 함부로 표출하면서도 행동은 단호하지 못하게 할 때가 많습니다. 상대의 어려움이나 부족함을 비난하거나 외면하지 않는 다정함을 유지하면서도, 내 고유의 영역을 지키는 행동의 단호함을 연습합니다.

4️⃣ 시도에 있어서 성공영역은 아주 넓다는 걸 기억하기

꼭 기억해야 할 것은 글로 읽으면 불가능하게 느껴지는 것이 당신 혼자만이 아니라는 거예요. 삶에서 이런 지침을 실천하려다 보면 종종 좌절하게 됩니다. 완벽하게 다정하면서도 단호하기란 불가능하잖아요. 오늘도 실패했네, 하고 한숨 쉬지 않으셔도 됩니다. 지침은 방향일 뿐, 내 머릿속에 상정한 그 그림에 달성하지 못했다고 좌절하거나 절망할 이유가 없습니다. 시도와 배움의 성공 영역은 아주 넓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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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듣기 · 길잡이 김지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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